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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투표는 해야만 하는가?

그냥보기 2011. 1. 5. 20:51



투표 이야기가 나오면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해야 한다." 혹은 "그거 해서 뭐하나?" 이다.

물론 세세히 분류하자면 더 많겠지만 대충 이 둘로 나눠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선 "해야 한다."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장은 있지만 근거는 빈약하다.

반대로 "그거 해서 뭐하나?"라는 사람들의 말은 주장은 약하지만 근거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나를 "그거 해서 뭐하나?"라고 하는 부류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해야 한다."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주장과 근거이다.


보통 사람들은 투표를 해야 하는 당위성으로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을 내세운다.

하지만 권리라면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의무라고 하기에는 강제성이 없다.

강제로 이행하게 하는 것도 신체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에 의무라고 규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거 해서 뭐하나?",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사람들의 주장과 근거라고 생각된다.

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 나물에 그 밥", "어차피 나쁜 놈들"이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한다.

나 역시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추대하는 사람이라도 이미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좋은 시선으로 보질 않는다.

정치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은 결국 권력과 직결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고 언제나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국민이 당연기 가져야 할 견제(비판과 감시)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어쨋든 이러한 주장은 그들의 확고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정치인들을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말 깨끗한 사람이 있을까?

야당과 여당을 떠나 연일 터져나오는 사건, 사고가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어 주고 있다.

확실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하자고 독려한다.

그것이 우리가 "최악"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여기서 나와 생각이 달라진다.


나는 투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생각 없는 대학생"은 투표를 하지 못 하게 하자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특히나 이런 사람과 확연히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내가 투표를 하자고 할 때는 당연히 현재 판단을 잘 못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제외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투표 그 자체가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 커다란 힘은 지도자를 바꾸거나 정치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을 뽑거나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투표를 함으로써 내게 책임이라는 것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투표를 하고 그 사람이 당선이 되었다면, 나는 그 당선자의 행동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결국은 책임을 느끼게 된다.

당선자가 일을 잘 못 하거나 나쁜 방향으로 간다면 최소한의 비판이라도 하면서 책임을 감당하려고 한다.

물론 그 중에는 자신의 선택이 잘 못 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어서 되려 그러한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책임감을 가지지 못 해서 그런 것일까?

내 생각에는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책임감을 지우다 보니 엇나가는 것으로 보인다.(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어쨋든 이런 책임감 때문에 다음에는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기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최소한 나 자신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또 다른 선택에 있어서 더욱 현명해지려는 노력.

그러다 보면 이에 맞춰 정치인들도 인성을 갖추게 되고 우리 정치계가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지 우리의 권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이웃을 위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

처음에는 특별한 철학 없이 선택할 수도 있지만 계속되는 책임과 경험으로 스스로도, 또한 사회도 함께 발전하는 것.

나는 투표를 하는 것에는 이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할 때 마다 좀 더 신중해지고자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후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게 되고 공약을 좀 더 꼼꼼히 따져보게 되었다.

그것이 선거때만의 일이 되지 않고 평소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일상의 관심사가 되자 더 많은 정보에 대한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

이는 다시 잘못된 정보와 가려진 진실을 분별하는 힘이 되었다.

모든 것이 투표를 한다는 행위 하나에서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아무 이유 없이 부모님이 추천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그 후에는 그런 후보를 추천한 이유를 궁금해 하면서 후보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각 후보의 행보와 공약과 철학을 따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소속한 당의 위치와 당론의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 모든 것이 일상 안에서의 관심이 되었고, 사회 부조리와 맞서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투표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