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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20110211 - 고용주, 노동자

그냥보기 2011. 2. 11. 17:51


 취업 자리가 없어 창업을 생각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회사에서만 고용인을 선택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가 먼저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지 고르는 것이 먼저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해도 가서 선택되어지길 기다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은 비단 입사 때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용주에게 굽신거리며 다닌다. 마치 그 사람이 내게 일자리를 준 주인처럼 떠받든다. 물론 그 일자리를 원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고용주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리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야 고용주가 멋있고 부러웠지만 생각이 정립될 쯤에는 그들이 노동자들의 머리 위에서 시건방 떠는 것은 노동자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노동력을 제공하는 고용인들도 고용주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에 대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용주가 다른 고용자를 쉽게 채워넣는 것처럼 노동자들도 쉽게 다른 고용중게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만나 본 대부분의 고용주들은(사실 고용주라는 말 자체에 주인이라는 뜻이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이다.) 사원들에 대한 불평 불만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언제고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법에 의해서 노동자들도 보호를 받기는 하지만 웬만큼 큰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거의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버티려 해도 버틸 수 없게 처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고용주들은 '내가 사람을 부리는 것이다.'라는 관념을 머리 속 깊숙히 박아놓고 사는 것 같다. 이런 풍토 속에서는 노동자들이 설 자리라는 것은 같은 계급(자본주의적으로 나뉘는 계급)끼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는 사람의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런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 자체가 패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자본가들이 원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 곳 저 곳에 '나를 데려가 주십시오.'라는 구걸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선택은 힘 있는 고용주부터 가장 작은 고용주까지 순서대로 진행 될 뿐이다.

 자본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혹은 회사라는 단체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나는 이러한 의문을 품었었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는 알지 못 한다. 내가 그걸 탐구하고 있을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가진 생각의 힘으로 판단을 해봤을 때 자본이나 단체의 시작은 결국 노동자로 부터 출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내 생각의 단계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언제나 노동자들이다. 그렇기에 노동자 없이는 자본이나 단체가 설립될 수가 없다. 자본가나 단체는 집단 노동의 필요성이나 효율성을 가지면서 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러한 자본이나 단체는 노동자 중 대표나 국가에 의해서 창립되었을 것이다. 고로 그 주체는 노동자였다. 그러다 그러한 단체에 속한 것이 안정성을 가지면서 개별적 노동보다는 단체 노동을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단체 노동에 대한 선호는 결국 경쟁을 만들고 자본가들은 경쟁자들을 선별하여 착출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던 시기에서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이 선택되기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추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현 시대의 상황을 보면 분명 노동자들에게는 이렇다할 선택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남의 돈 먹기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계속 전해지는 이유도 고용자들이 고용주의 노예라는 인식 때문이 아니겠는가. 생산의 주체가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그 생산의 주인이 되지 못 하고 자본가들의 노예로 살고 있다. 마치 백인들이 아프리카 흑인들을 구매하여 자신들의 노예로 삼은 것처럼 자본가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노동자들을 구매하고 있다. 법은 노동자들을 보호하려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음을 세뇌하는 것처럼 보인다. 법에 나와 있듯이 우리가 이정도 해주고 있으니 너희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정말 현재의 법이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면 노동자들의 생활이 점점 더 빈곤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갈 수록 신규 노동력이 더 싼 값에 거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택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의 어쩔 수 없는 생존경쟁 때문 아닐까? 점점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면서도 계속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노동자들. 지금 내 처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겠지만 현재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앞날도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