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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20110312 - SBS 드라마 싸인(SIGN)을 보고

그냥보기 2011. 3. 12. 22:40


SBS에서 방영한 "싸인(SIGN)"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굳이 기대하고 봤던 것이 아닌 재밌다고 추천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본 드라마이다.
20화를 끝으로 종영된 이 드라마를 본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무슨 뜬금없는 드라마 이야기를 하나 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쓰는 글은 아니다.
사실은 드라마 안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풍자한 것들이 기억에 남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그 중 라이벌로 나오는 이명한 교수의 발언인 "권력을 가지면 다 된다"는 말은 정말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적절한 답이 아닌가 생각된다.

"싸인"은 법의학 드라마임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권력의 횡포와 그에 따른 일반 국민들이 겪는 고초를 잘 다루고 있다.
법의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썩 재밌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이 어떻게 국민들을 짓밟는 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매우 흥미진진하다.
특히나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꿔치기 하는 등의 조작, 그리고 여론을 어떻게 잠재우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지나쳐온 진실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진실을 숨겨놓은 부검을 조작한 법의부장의 컴퓨터에 "연평도"라는 폴더를 넣어 놓음으로써 실생활에서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도 살짝 내비쳐 주기까지 한다.
또한 거대 기업이나 정치 권력자들의 비리, 각각의 독립 기관이어야 할 기관들이 권력에 의해 휘둘리는 이야기 등 우리가 지루하게 이야기하는 소재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속 시원히 풀어 놓은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의 이야기들로 끝이 난다.
결국 가려운 곳 시원하게 긁어 준 것은 아니다.
그냥 모두가 알만한 비밀들을 은근히 내비친 정도가 전부라는 것은 매우 아쉽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SBS가 그렇지 할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미디어였다면 그 이상을 할 수 있었을까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코미디 프로들이 담고 있는 해학과 풍자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발전한다는 느낌이 든다.
여전히 아쉽지만 참으로 볼만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만으로는 그냥 재밌게 볼 만한 드라마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이렇게 추천할 만한 작품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우선 주인공은 대쪽같이 곧은 정신으로 사건을 대한다.
이는 우리가 바라는 공명정대한 기관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조연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서도 끝까지 살려고 했다는 이야기.
주인공에게 과거 원장이 "너희 아버지는 절대로 가족을 버린 것이 아니다.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면서도 끝까지 살고자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더불어 드라마의 초반 내용 중 과거 원장이 사퇴하면서 노란 단풍길을 따라 걸어가는 모습 등.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인물 배치와 내용이 순간적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조연들의 경우는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권력의 이권과 상반되는 행위이기에 좌천되거나 소외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패한 사회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더더욱 발전하는 조연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이런 부정한 사회에서도 맞서 싸워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적 내용을 품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실제 우리가 겪는 인간적인 면들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것이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으로 부터 생기는 것임을 인식시켜 그러한 것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함을 보여준다.
다시 정리하자면 주인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뭐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정의이다.
조연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고다경의 경우는 일반적인 우리 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민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로 인해 고난을 겪지만 결국은 주인공의 뒤를 잊는 진실의 수호자가 된다.
주인공의 옛 애인으로 나오는 검찰 정우진은 처음에는 권력에게 굴복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차츰 주인공과 함께 사회의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희안 형사는 주변을 맴돌며 그냥 불만 가득한 인간처럼 보이나 실상은 언제나 진실을 감시하는 감시자같은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정병도 원장은 인자하고 곧은 사람으로 나오지만 과거의 실수로 평생의 짐을 지고 살았다.
그 때문에 더더욱 주인공을 아끼고 올바르게 키워냈지만 결국 주인공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실수라는 것이 주인공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이었으며 그 잘못에 대한 압박감과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자살을 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그로인한 자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는 시청자들에게 국과수같은 진실을 지켜야 할 기관들이 왜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명한 교수는 진실을 조작하는 사람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그도 진실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만 그 방식이 권력을 잡아 진실을 지킨다는 잘 못 된 방향이라 하는 일 마다 오히려 거짓과 타협하게 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최후에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은 진심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기억력이 좋지 못 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대사 등 오류가 좀 있을 것이다.
게다가 횡설수설 늘어놓듯이 풀었으니 읽기에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어쨋든 끝으로 주인공이 드라마 중반 쯤 남겼던 말 한 마디로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다.
"극도의 궁핍과 불안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삶의 질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이 말이 주제를 나타내는 말은 아니지만 중요한 한 마디였음은 누구나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