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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3 - 가난은 예수도 도둑이 되게 한다 본문

낙서장

20110223 - 가난은 예수도 도둑이 되게 한다

그냥보기 2011. 2. 23. 18:03


 인터넷으로 뉴스를 훑어 보다가 "인도 '식인코끼리', 굶주림에 인간 17명 잡아 먹어 '경악'"이라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내용인 즉 '애니멀 플래닛(Animal Planet)'이라는 다큐멘터리 방송에 굶주림을 이기지 못 한 야생 코끼리들이 논 밭을 망치는 등 피해를 끼치자 사람들이 코끼리에게 총을 쏘는 등 위협을 했고, 어느날 그렇게 해서 사살된 코끼리를 검사해보니 17명의 사람 DNA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굶주림에 지친 코끼리가 사람까지 잡아먹었다는 이야기이다.이 이야기가 코끼리를 성스럽게 여기는 인도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에서 더 흥미롭다. 코끼리를 성스럽게 여긴다는 인도에서 조차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코끼리들이 살아갈 터전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코끼리들은 먹이가 부족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멧돼지들이 묘지와 밭을 훼손하는 것처럼 인도 코끼리들도 먹을 것을 찾아 인간들의 논과 밭을 찾게 된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끔찍한 코끼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끼리가 미쳤다거나 저런 나쁜 코끼리는 다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는 과격한 말도 서슴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은 바로 '굶주림'이 아닌가 싶다. 왜 기사는 단순히 '식인코끼리'가 아닌 '굶주린 코끼리'를 나타냈을까? 미친 코끼리라고 말하고 싶었다면 '식인코끼리가 인간 17명을 잡아 먹어'라고 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 제목에서부터 '식인코끼리, 굶주림에 17명 잡아 먹어'라고 하고 있다. 이는 굶주림이라는 것이 얼마나 극한 상황까지 불러 오는 지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인간 사회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가끔 사람들에게 듣는 어이 없는 말 중에 "가난한 것들은 남의 것을 잘 도 훔쳐간다" 혹은 "저러니까 가난하지" 라는 종류의 말들이다. 정말 그들이 그냥 '가난한 것들'일까?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우리가(우리는 가난하지 않다는 말인가?) '가난한 것들'이라고 그들을 폄하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내가 당장 먹을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죽고 싶지 않기에 결국 남의 것이라도 몰래 훔쳐 먹게 될 것이다. 양심이 너무 강해 차마 그러지 못 하는 사람이라도 가족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자신이 아닌 가족들은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서 도둑질을 혹은 정말 극단적으로 자신의 장기라도 팔아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 할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살기에 가난한 것일까? 아니면 가난하기때문에 다른 선택권이 없는 것일까? 내가 생각할 때 그들은 굶어 죽느냐 아니면 비록 나쁜 짓을 해서라도 우선은살고 볼 것이냐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혹시 [장발장]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어려서부터 너무나 많이 들었고 보아온 이야기 아닌가? 책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장발장이 왜 그렇게 유명한가? 그가 단순히 빵을 훔쳐서가 아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이 먹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보다 더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 빵을 훔쳤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장발장은 자신의 양심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굶주림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하려는 위대한 인간이었다.
 가난은 정말 힘들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나라님이라니, 나라님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계급이 생기고 빈부가 생기기에 저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하고 그들은 그 가난에 의해서 항상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가난이 그들을 비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도둑질하고 범법행위를 하면서까지 삶을 지탱해나가는 것이 싫다면 그들을 멸족하거나(그런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새롭게 가난한 부류가 탄생될 것이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핍박하고 삶의 모퉁이로 내몰아 낭떠러지로 밀어넣었다. 또 인간은 계속해서 자연을 공격하고 지배하려 들면서 생태계를 위협하고 결국 생존의 경계선까지 몰아넣었다. 인간만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도 가난하게 만들었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이 마지막 생존 싸움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가난하지 않을까?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은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것일까?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의 몫일 뿐일까? 우리는 과연 함께 살 수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