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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20130606 - 사진 한 장의 오류(부제 : 나는 누구인가?)

그냥보기 2013. 6. 7. 00:37

제목을 어떻게 정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두서 없는 이야기가 될 듯 하다.


우선 내 취미는 사진이다. 앞으로도 사진을 취미로 계속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확실히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

취미가 사진이라는 말은 확실히 작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작가이면서 사진을 취미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직업을 동시에 취미로 갖는 것은 어쨋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라는 말은 어쨋든 나는 작가가 아니지만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다.


오늘(00시가 넘어가는 중이니 어제라고 해야 할 수도 있겠다) 나의 페이스북(facebook.com)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특별히 오늘만 사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오늘 올린 사진이 나를 한 가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우선 오늘 올렸다는 사진은 바로 위의 사진이다.


아이와 토끼가 있고 순수한 웃음이 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특별한 사진이 아니다.(아이와 토끼는 그 자체로 특별하고 아이의 순수한 웃음은 설명이 필요 없는 특별함이기에)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의 사진이지만 나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작가세요?"라는 문장 하나가 나를 어떤 사념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그것은 사진이 나를 대변할 수 있는가이다.(작가냐는 물음과는 무관하게)


위의 사진에서 보면 아이의 웃음이 너무나 맑고 순수하다.

그렇다면 내가 아이를 웃게 만들었을까?

위의 사진만 보고는 내가 아이를 잘 다루거나 혹은 아이들이 나를 경계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얘기하자면 나는 아이들이 어렵다.

비단 아이들 뿐만이 아니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더욱 어렵다.

아이가 울면 나는 당황한다.

아이가 울면 당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웃어도 당황한다.

물론 몇몇 사람들도 나처럼 웃는 아이를 보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당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아이와 시선이 마주쳐도, 혹은 마주치지 않아도 당황한다.

그냥 아이라는 존재가 있으면 어떻게든 당황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나를 보고는 적잖게 당황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로 어떤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그 사진이 나를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위의 사진은 단지 우연히 찍은 것이다.

아이를 웃게 만드는 어떤 노력도 나는 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저 토끼를 보며 웃고 있었을 뿐이고 내가 그 순간을 포착했을 뿐이다.

좀 더 사족을 달아 이야기하자면, 나는 자연히 존재하는 순간을 찍는다.

상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뭔가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서 사진에 담아내지 못 한다.

어떠한 순간이 내 앞에 발생되었을 때 내가 우연히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진을 찍던 그것은 나를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단지 우연한 순간에 우연히 한 장면을 담아낼 수 있을 뿐이다.


아마도 사진 한 장을 두고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연관짓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찍어온 사진들을 두고 생각을 한다면 어떨까?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사진들을 모아서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을까?

하나로 전체를 설명하려면 오류가 많을 수 있겠지만 충분한 정보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그런 의문이 생기지만 더 이상은 귀찮아져서 "사진 한 장이 나를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결론내어버린다.




p.s - 왜 이러한 생각들은 몸이 더 귀찮음을 느끼는 졸린 시간에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아직 의식이 있을 때 미리 꿈을 꾸기 시작하고 싶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