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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4 - 채식주의 본문

낙서장

20110724 - 채식주의

그냥보기 2011. 7. 24. 20:53

채식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왜 채식을 하냐?"라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 듣는 말들은 "채식하니까 살이 빠지냐?" 혹은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등등의 자기 기준적 말들이다. 사실 내게 왜 채식을 하냐고 묻는 그들에게 내가 도리어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거나 콩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왜 그 음식을 먹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이 그러한 음식을 먹지 않는 이유가 어떤 기호에 맞지 않다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면 어째서 내 선택에는 의심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외국에 비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야 하는 이유가 아마도 채식주의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채식하는 것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심지어 "이정도는 먹어도 괜찮다.", "한 두 번 먹는 것까지 너무 그러지 마라.(그냥 먹으라는 말)" 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같은 논리로 개고기 반대자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왜 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내게 왜 먹지 않느냐고 묻기 전에 자신들이 즐기는 음식들을 왜 먹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어떤 사람들은 뚜렷한 목적의식때문에 특정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이런 저런 음식들을 기피하기도 한다. 내가 채식을 고집하는 이유에는 그다지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특별히 입맛에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는 있지 않다. 여러 복합적인 목적이 조금씩 섞여 있고 그렇게 고기를 먹지 않다보니 이제는 고기에서 피비린내나 특유의 향이 내 기호에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얼핏 듣기로는  팬더곰이 육식을 하지 않게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어찌되었던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굳이 그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먹기 싫은 음식을 기피한다. 채식주의자들도 육류 및 육가공 생산물들 중 먹지 않는 것들이 있을 뿐이다. 채식주의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떤 사람은 열매, 그것도 땅에 떨어진 열매만 줏어서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선이나 어패류, 혹은 닭과 같은 가금류까지 먹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기호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고 정치적이라거나 환경적 목적때문에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찌되었건 그것은 전부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 채식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참견을 하면서 채식을 망치려고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대한 부당한 억압일 뿐이다. 자신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채식주의자들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음식에 대한 권리를 당장 국가에서 선택하게 하라.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면 먼저 자신부터 그렇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굳이 채식주의자들에게만 그런 논리를 대는 것은 이중잣대일 뿐이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무슨 숭고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살이 빠지거나 반드시 건강이 좋아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그 목적을 채우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 살을 빼기 위해서 채식을 한다거나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것도 다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채식이 기호에 맞기에 채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뚜렷한 목적의식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도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처럼 해보고 싶어서 따라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채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채식을 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 채식주의자들에게 어떤 받아들일만한 근거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하여서 반드시 "커피 생산이 가난한 나라들을 착취하는 행위이기때문에 커피를 거부하는 행위"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이 채식을 하는 것도 "환경", "건강", "정치"를 위해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각자의 선택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