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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2 - 사람은 누구나 무식하다

그냥보기 2011. 6. 22. 02:36

"모르면 무식하다더니 나는 몰라서 무식해지지 말자"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저런 글귀가 달렸다. 여기서 '모른다'는 것이 '무식'임을 집고 넘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같은 뜻을 연이어 사용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그런 국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단지 우리는 모두 '무식'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 인간들이 알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배우지 않은 것, 보고, 듣고,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무식하다. 단지 자신이 아는 분야에서만 유식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아는 것마저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식하면서도 무식한 줄도 모르는 무식쟁이들인 것이다.

인간은 너무나 무식하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무식하다고 놀리거나 무시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서로가 아는 만큼 나누고 논쟁해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고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옳다고 생각한 것들이 나중에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렸을 때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임을 알게 되는 데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아는 척을 한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 살아갈 수만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아는 척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아는 척하다가 깨지고 얻어터지면서 오류를 수정해가야 한다.

나도 무식하고 너도 무식하다. 하지만 이렇게 무식하다고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다. 모든 것에 유식해질 수는 없더라도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 계속 무식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상대방의 지식을 탐하고 도둑질해서라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쟁도 하고 정보도 얻어야 한다. '저 사람은 무식해'라고 무시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내가 무식하다고 무시했던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을 습득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 가지(혹은 단 몇 가지)만을 두고 무식하다고 무시하지 말자. 단 한 가지라도 나보다 유식한 면이 있다면 그 부분을 베껴서라도 배우자. 어차피 나도 무식하고 너도 무식하다면 상대방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얻자.

실제로 나는 동네 인테리어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페인트칠과 수도 고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였다. 또한 커튼을 달고 도배를 할 때 자를 대지 않고도 수치를 정확히 산출해내는 능력에 매우 놀랐던 적도 있다. 그 분은 그런 분야에 있어서는 뛰어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분께 약간의 지식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 사장님 보시기에 나는 그 분야에서 얼마나 무식해 보였을까? 심지어 나는 둘레를 재면서 ‘두껍다’라고 말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 때 그 사장님은 내게 “둥근 것은 ‘두껍다, 얇다’가 아니라 ‘굵다, 가늘다’라고 말하는 것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사실을 모르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종종 잘못된 표현으로 그렇게 쓰던 것을 나도 모르게 썼던 것이다. 이 또한 얼마나 무식해 보였을까?
우리는 아는 것도 몰랐던 것처럼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것이 실수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러한 실수가 몰랐던 경우보다 오히려 창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무식하다’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이런 때이다.

세상에 무식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유식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그러니까 서로서로 둥글게 살아가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무식하다는 것만으로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다. '모른다'는 것 때문에 그 사람을 무시하지 말자. 그건 자신에게도 속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인정하면서 남을 무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만큼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