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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하는 문화

그냥보기 2014. 4. 6. 02:16

나는 강요받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물론 강요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강박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채식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강요받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채식을 시작한 중요한 이유였는지 아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현재까지 채식을 고집하는 이유 중 중요한 하나의 이유임에는 틀림없다.

특히나 고집스럽게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그다지 철저한 채식주의자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조금이라도 채식을 벗어날 경우(실수나 무지에 의해 의도치 않았더라도) 그것을 굉장한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난을 한다.

채식주의자가 채식을 포기하든 채식 중 육류 섭취를 하든 어째서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그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죄를 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가 육식을 강요받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나의 채식은 채식을 하더라도 굳이 육류를 거부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실수로(내 실수가 아닌 음식을 제공한 사람의 실수일지라도) 조금이라도 육류나 어패류 등을 섭취한 경우 어쨌든 채식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며 채식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는 한다.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폭력적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이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비오는 날 지렁이 한 번이라도 밟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한 번 지렁이를 밟았다고 해서 지렁이를 찾아다니며 밟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유독 채식주의자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는가?

 

채식이라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것이 사회적 강요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게 불만인 것 같다.

감히 네가 자유의사를 가지겠다고? 어디 네 뜻대로 되나보자라고 하는 것 같다.

채식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술을 마시고 마시지 않고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하면 사회생활을 못 하는 사람 취급을 하거나 혹은 건강을 너무 예민하게 챙기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내 경우 그냥 술이 맛이 없고 그렇게 퍼부어 마시고는 괴로워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서 마시지 않는 것인데 이런 말을 하면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요즘은 예전보다 더 한 것 같다.

예전에도 선배들이 술이나 어떤 행동을 강요하면 나는 하고 싶지 않았고 싫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러면 대충 넘어가거나 좀 성질을 부리거나 그런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군대에서 상급자가 명령을 내리듯 강요를 한다.

심지어 메신저로 자기가 말을 하면 10초 내로 모두 대답을 하라는 등의 정신병적 행동까지 취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인양 떠벌리기까지 한다.

 

폭력.

너무나 폭력적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이토록 폭력적인 것일까?

왜 남에게 강요하지 못 해서 안달을 하는 것일까?

스스로도 강요받는 것이 싫지 않던가?

그런데 왜 나는 남에게 강요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너무나 폭력적인 강요의 문화가 깊이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아마 남을 짓밟고 권력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더욱 이러한 강요문화를 고착시키는 것은 아닐까?

권력욕을 부추기는 사회가 결국은 이러한 병폐를 만든 것은 아닐까?

 

나에게 강요하지 말라. 선택은 나의 몫이다.